판례로 보는 인사관리 | 채용내정/수습 - 4 수습 중 본채용을 거부할 수 있나요
안녕하세요. 노무법인 넥스트입니다.
수습 한두 달을 지켜보고 아무래도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본채용을 하지 않았는데, 얼마 뒤 부당해고 구제신청서를 받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그러라고 둔 수습기간인고 근로계약서에도 합의가 된 조항이 있는데 왜 문제가 되는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 유형은 사유가 부실해서가 아니라 평가와 통지에서 뒤집히는 일이 훨씬 많습니다.
거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자유롭게는 아닙니다. 본채용 거부는 사용자에게 유보된 해약권의 행사여서 통상의 해고보다 넓게 인정되지만,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여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합니다(대법원 2006. 2. 24. 선고 2002다62432 판결, 대법원 1994. 1. 11. 선고 92다44695 판결).
▸ 이 글에서 다루는 것 — 본채용 거부가 유효하기 위한 심사 기준과 절차
▸ 다루지 않는 것 — 어떤 사유가 실제로 인정됐는지(본채용 거부 사례 편에서 다룹니다)
왜 통상의 해고보다 넓게 인정되나요
수습은 정식 채용에 앞서 근로자의 업무능력·자질·성실성 등 업무적격성을 관찰하고 판단하려는 제도입니다. 그 목적상 판단 기준이 통상의 해고보다 완화됩니다.
그러나 완화된 기준이 곧 자유재량은 아닙니다. 법원은 유보된 해약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할 수 없다는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고, 최근 대법원도 시용기간 중의 해고 역시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한다는 기준을 다시 확인했습니다(대법원 2023. 11. 16. 선고 2019두59349 판결). 실무에서 결론을 가르는 것은 결국 근로자의 능력과 자질에 관한 객관적인 평가 자료가 있는지입니다.
▸ "넓게 인정된다"를 사유의 문제로만 읽으면 안 됩니다. 넓어지는 것은 사유의 범위일 뿐, 그 사유를 뒷받침할 자료의 요구 수준은 낮아지지 않습니다. 수습을 두기로 했다면 누가 무엇을 언제 기록할지를 기간 시작 전에 정해 두십시오.
평가는 이렇게 해야 인정됩니다
평가는 합리적인 기준과 방법에 따라 객관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정해진 평가절차가 있다면 그 절차를 지켜야 합니다.
법원이 인정하지 않은 평가 방법은 두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 평가가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경우. 둘째, 근로자 개인의 능력과 무관하게 하위 등급이나 탈락자의 수를 미리 할당해 두는 경우입니다. 위 2002다62432 판결에서 대법원은 지점마다 하위 등급 인원을 미리 배정한 점, 평가지침과 달리 한 사람이 평가를 다시 하게 한 점, 어떤 업무에서 무엇이 부족했는지를 남기지 않은 점을 들어 해고를 무효로 보았습니다.
정리하면 기준이 미리 설정되어 있고, 항목별 근거자료가 남아 있으며, 평가 시점이 해고보다 앞서 있으면 대체로 인정됩니다.
▸ 평가표에 "성실성", "조직 적응력" 같은 항목만 있고 판정 근거를 적을 칸이 없다면, 그 평가표는 분쟁에서 방어 자료로 쓰이지 못합니다. 항목마다 "무엇을 보고 몇 점을 주었는지" 적는 칸을 만들고, 부서별 탈락 인원을 미리 정해 두는 방식은 쓰지 마십시오.
서면통지에서 무효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채용 거부도 해고이므로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따라 실질적인 거부 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시용기간 만료로 본계약 체결을 거부하는 경우에도 근로자가 그 사유를 알고 대응할 수 있도록 구체적·실질적인 거부 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15. 11. 27. 선고 2015두48136 판결). 근거 조항이나 기간 만료 사실만 적으면 그 자체로 위법입니다.
| 구분 | 서면통지 문구 예시 |
| 위법 | "1개월의 시용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해고한다" / "취업규칙 제11조 및 근로계약서 제1조 제3항에 의거 본채용을 거부한다" |
| 적법 | "3개월 수습근로 평가 결과 당사에 근무하기에 부적합한 것으로 판단되었음" / "1, 2차에 걸쳐 근무성적을 평가한 결과 평가점수 기준(70점)에 미달하여 면직처분 되었음을 통보" |
서면통지 없이 해고한 뒤, 사유와 소급된 시기를 적은 서면을 나중에 보내 절차를 보완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 통지서 문구는 평가표에서 그대로 뽑아 쓸 수 있어야 합니다. 평가표에 점수와 근거가 있으면 "평가 결과 몇 점으로 기준 미달"이라고 쓸 수 있지만, 평가표가 부실하면 결국 "기간 만료"라고 쓸 수밖에 없고 그 순간 위법해집니다.
※ 여기서 잠깐! 육아 중인 수습근로자를 평가할 때 주의할 점이 있나요?
있습니다. 대법원은 8세 이하 자녀를 양육하는 근로자에 대해 사용자가 일·가정 양립을 지원할 배려의무를 진다고 보면서, 이른 시간 근무나 휴일근무에 관한 배려 없이 그 결과를 근태 불량으로 평가해 본채용을 거부한 사안을 다시 심리하도록 돌려보냈습니다(위 2019두59349 판결). 배려 없이 매긴 점수는 객관적 평가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 이 글의 핵심
본채용 거부에서 넓어지는 것은 사유의 범위이지 입증의 정도가 아닙니다. 같은 "업무능력 부족"이라도 평가 기준이 미리 있고 항목별 근거가 남아 있으면 인정되고, 기준 없이 인상으로 판단했다면 그 사유가 아무리 진실해도 인정되지 않습니다. 시용제도는 판단할 권한을 주는 것이지, 판단의 근거를 남기지 않아도 될 권한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실무 체크포인트
- 평가표의 항목·배점·합격 기준점수를 시용기간이 시작되기 전에 확정하고, 근로자에게 알려 두십시오.
- 평가는 반드시 해고 결정 전에 하고, 항목별 근거를 기록으로 남기십시오. 사후에 작성한 평가표는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 통지서에는 조항 번호나 기간 만료가 아니라 평가 결과와 그 사유를 구체적으로 적으십시오.
오늘 다룬 질문은 "수습 중 본채용을 거부할 수 있는가"였고, 답은 거부할 수 있으나 객관적 평가와 서면통지라는 두 관문을 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실제 사건들에서 어떤 사유가 인정되고 부정되었는지를 살펴봅니다. 기준을 알아도 "우리 경우는 어느 쪽인가"가 남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평가 자료의 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개별 검토가 필요하시면 노무법인 넥스트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작성자
고용노동부 등록 노무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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